류블랴나 대학에서의 1년 중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왜 슬로베니아냐, 왜 류블랴나대학이냐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여기 오기 전 한국에 있을때야 뭐 저도 슬로베니아를 처음 알았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는 외국 애들도 계속 물어보니까 리뷰를 좀 해봐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오기 전엔 아무 생각이 없었죠.
경북대에서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갈 수 있는 곳이 기존에 영국,터키,슬로베니아,폴란드였는데 영국은 비싸서 제가 목록에서 지웠고 터키는 작년에 테러 위협이 커져서 그랬는지 이미 학교측에서 제외한 것 같더라고요.
결국 남은 곳은 슬로베니아와 폴란드였는데, 전 어딜 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어요.
복수학위 지원하기 전에 교환학생에서 탈락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붙여만 주시면 어디든 갈게요 하는 그런 마음?....ㅎㅎ
근데 저랑 같이 인터뷰 봤던 친구가 본인은 꼭 폴란드를 가야겠다고 했기 때문에 전 슬로베니아로 오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쩌다보니 여기로 오게 된거죠.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좀 설명드려야겠네요.
말 그대로 두 개의 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인데요.
무사히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경북대 학사인 동시에 류블랴나대학 학사가 되는거에요.
그러기 위해선 물론 경북대 졸업요건과 류블랴나대학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해야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떠나기 전에 이미 필수과목은 다 들었고, 학점만 조금 더 채우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류블랴나대학 측의 조건은 여기서 최소 10과목을 들어야하고, 각 학년 필수과목들을 대체할 과목을 한국에서 이수한다 이정도겠네요.
10과목 듣는거는 어렵지 않은데 제 입장에서는 대체할 과목을 찾는게 더 어려웠어요.
류블랴나대학에서는 단과대학이 경제대학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한국에서 회계과목만 많이 들었기 때문이랄까요..
돌아가면 미시경제 등등 안들었던 과목들을 채워넣어야하는 상황입니다.
교환학생이 다들 그렇듯 수업은 제멋대로입니다.
출석이 점수에 반영되는 수업이 많지 않아서 쉬고 싶은 날은 그냥 쉬기도 하고, 주중에도 여행 갔다오고 그러죠.
여기서의 성적이 한국성적에 반영된다면 모를까 학점만 채워지는 마당에 열심히 해야하는 유인이 별로 없어요.
끝나고 느낀 바론,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면 시험공부를 좀 덜 하고 (물론 별로 안했지만 더욱더 안하기) 패스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수업 난이도는 영어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영어실력에 상관없이 더 노력한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는 건 확실합니다.
성적은 공부하면 잘 나옵니다.
- The Law of Business Organisations and Business Law
한국에선 기업법 정도 되는 과목이겠죠.
무려 1학년 과목입니다.
1학년 1학기에 이런 수업을 들으면....
졸업때까지 모든 수업이 쉬울거라고 생각됩니다.
보너스 점수를 많이 뿌려주셨기에 망정이지 안그러면 통과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여러 수업 중에 참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과목입니다.
교수님이 연극지망생이었는지, 수업 때마다 관련된 연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다섯 과목 중 성적은 최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수업입니다.
그 더 노력한 사람이 좋은 성적 받는 수업이 바로 이 수업이니까 참고하세요.
- EU Economics and Slovenia
이건 수업을 거의 안들었어요.
과제 제때 해내고 시험 공부 좀 했는데 법 수업보다 성적이 높다고 합니다.
열심히 놀러다니고 적당한 성적 받고 싶다! 하면 추천하는 과목
그래도 이거 시험공부하고 과제하고 하면서 유럽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국제경제나 국제무역론 같은 걸로 대체가 될 것 같은 과목입니다.
위 과목과 같습니다.
얘는 심지어 시험이 객관식입니다.
답이 한 개면 재미 없으니까...
모두 고르시오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재밌었어요.
한국에서 기업환경을 공부했다면 이렇게 끝내진 못했을 것 같네요.
가벼운 조과제의 연속이라 통과하기는 쉽고, 새로운 친구들과도 친해질 기회입니다.
심지어 점수도 잘 줍니다.
발표 노이로제 있으시다면 비추. 출석해야하는 과목 싫다면 비추.
저는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영어가 많이 는 것 같고, 공부 자극도 많이 됐어요.
꿀 중의 꿀.
시험도 없었고. (원래는 있는데 이번엔 무슨 프로젝트 하느라 없었습니다.)
출석도 안합니다.
발표도 대강 하면 되고.
이후에 다른 교수님이 이 과목을 맡게 된다면 다르겠지만...
이번엔 짱이었어요.
사실상 거의 아무것도 안하고 성적은 제일 높게 받은, 가성비 짱인 과목이었습니다.
지루한 것 빼곤 다 좋은 곳이에요.
특히나 학생으로 살기에 너무 좋은 곳이어서 교환학생 고려하실 때 완전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우선 가장 좋은 건 여기 와있는 모두가 공감하는 스.튜.던.트.쿠.폰.!!!!!!!!!!!!!!!!!!!
슬로베니아에서는 학생들에게 밥 잘먹고 열심히 공부하라며 밥쿠폰을 제공해줍니다.
한 달에 스무번 사용할 수 있는데요.
가장 쉽게 예를 들어드리자면, 스튜던트쿠폰 사용 시 버거킹에서 와퍼세트가 1.37유로,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가 2.07유로 되겠습니다.
아쉽게도 음료 대신 물이 나오지만, 버거, 감튀에다가 샐러드, 과일 등 추가적으로 나오는 게 있으니 개이득.
이외에도 여러 가게에서 스튜던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아무리 비싸도 5유로를 넘지 않으니 정말 싸게 먹을 수 있습니다.
처음엔 20개가 부족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숙사에서 한번씩 만들어먹고 어쩌다 한 끼 씩 건너뛰고 하다보면 많이 남아서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잔여분은 다음달로 이월되니 걱정 노노!
또 좋은 건 연회비 3유로로 류블랴나 시내 공용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점!
자전거로 20~30분이면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 류블랴나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버스도 좋지만 자전거 타고 쉬엄쉬엄 쇼핑도 갔다오고 센터도 갔다오고 이러기 딱 좋은 곳입니다.
자전거 타서 건강도 챙기고, 버스비 아껴서 맛난 것도 먹고.
그리고 버스를 자주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학생은 월 정기권을 끊을 수 있습니다.
일반카드로는 1회에 1.2유로구요, 교통카드 없으면 버스는 탈 수 없습니다.
90분 내에는 무제한 환승이에요.
정기권은 1달에 20유로니까 대략 20번 타면 남는 장사에요.
겨울에 너무 춥거나, 비가오거나 하면 버스를 어쩔 수 없이 타야하는 상황이 오는데 제 입장에서는 정기권이 필요가 없어서 안했어요.
자전거가 더 좋거든요.
슬로베니아는 여행하기에도 참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동쪽으로 떠날 수도 있고, 서쪽으로 떠날 수도 있죠.
이탈리아와 아주 가까워서 이탈리아는 더이상 안가도 될 것 같아요.
크로아티아도 가까운데 여긴 여름을 위해 아껴놨어요.
(사실 교통이 아직 안좋아서 차타고 가는게 편한데 국제면허를 발급받은지가 얼마 안되서...)
영국이나 벨기에로 저가항공 직항도 있습니다.
듣기론 4월부터 10월까지는 핀란드로 뜨는 비행기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라..
하여간 여행하다 돈 탕진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돼요.
아 제일 중요한건.
여기 정말 안전해요.
요즘 유럽 전체가 난민 때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로베니아 치안 참 좋습니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종합하면, 슬로베니아는 교환학생으로 오기 참 좋은 곳입니다.
정보가 많이 없어서 많이들 고민하실텐데요.
물가도 싸고, 안전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영어도 정말 잘해요.
노후에 와서 살까 싶은 그런 곳이에요.
위에 적은 것 외에 궁금하신 것 있으면 맘껏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급마무리..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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